PART 6

​공기 공포의 미래

2019년 4월 15일 정오,

미세먼지 농도는 47μg/m3, 초미세먼지 농도는 15μg/m3였던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꽃놀이를 떠나도 될 만큼 맑은 날이었지만 미대촉 회원들은 다시 광장에 모였다. 8차 집회였다. 3월 13일에 미세먼지가 공식적으로 사회재난으로 규정되었지만 이들은 3월 초 전국을 뒤덮었던 고농도 미세먼지의 충격을 잊지 않았다. 기준이 바뀌고 법이 개정된다해도 미세먼지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집회에 나온 이들은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미세먼지는 발암먼지, 정부와 국회는 숨쉴 권리를 보장하라!”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게 숨쉴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 “회색 스모그 아웃, 파란 하늘을 보고싶다!”

 

7차 집회 때와는 달리, 8차 집회 참가자들은 청와대로 행진하는 대신 무대에서 각자의 경험을 풀어놓았다. 아이의 건강을 생각해 경기도에서 강원도로 이사를 간 가족, 미세먼지로 인해 놀이터의 즐거움을 모르는 아이의 이야기가 마이크를 타고 울려 퍼졌다. 특히 인상적인 발언자는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가서 몰래 공기오염 수치를 재고 온 학부모였다. 그는 공기청정기를 틀어놓았는데도 쉬는 시간에 문을 여는가 하면, 선생님들이 공기청정기를 조작하는 매뉴얼을 잘 알지 못하고, 사용 중인 공기청정기 유지보수가 제대로 되는지 확신할 수 없다는 점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아이가 다니는 학원에 공기청정기가 없어 휴대용 공기청정기를 들려보낸 경험을 말하고, 아이가 다니게 될 어린이집 등에 공기청정기를 들여놓기 위해서는 “일 년 전부터 조직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조언을 남겼다. 어떻게 관리되는지 확신할 수 없어도 공기청정기는 이미 공기 관리와 미세먼지 대책의 핵심이 되어 있었다. 공기청정기가 아직 없는 공간은 그 자체로 아이의 건강에 무책임한 곳, 그래서 부모들의 행동과 정부의 조치가 필요한 곳이 되었다.

 

이날 집회에 참여했던 한 미대촉 회원은 네이버 카페에 후기를 남겼다. “정말 공기가 중요하다면 집회도 직접 체험을 해보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그것만이 알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라 생각됩니다.” 그 ‘빠른 길’이 우리를 어디로 이끄는지, 그 길의 끝에서 만날 세상에 만족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교실마다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고, 오염된 공기가 새어 들어오지 않도록 창문을 이중 삼중으로 밀봉하고, 미세먼지 기준을 선진국보다 높이면 맑은 공기를 찾아 이사가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아이들이 천식으로 고생하지 않고 놀이터에서 맘껏 뛰놀 수 있게 될까. 파란 하늘을 되찾을 수 있을까. 그러면 우리는 공기를 덜 무서워하게 될까.

사진: 김희원

CREDIT

이 기사는 카이스트 인류세 연구센터의 지원을 받아
과학잡지 <에피> 8호에 출판되었던 동명의 글을 웹으로 옮긴 것입니다. (디자인: 김성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