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김희원

각자도생의 공기는

바깥 공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문을 걸어 잠그고,

손쉽게 통제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면서 유지된다.

공동체의 공기를 지키는 일은 이렇게 획득한 각자도생의 공기를 모두 더하는 것으로 실현되지 않는다. 공기 오염을 잘 측정하고, 오염물질을 잘 거를 수 있는 헤파필터를 개발하고, 정교한 시뮬레이션 기술을 갖춘다고 해서 내 방, 우리 집을 넘어서는 우리 동네, 우리 나라, 혹은 ‘동북아 호흡 공동체’의 공기를 잘 관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최첨단 공기청정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 외에도 국내외 관계자가 협력하는 사회적, 정치적 기술이 필요하다. 협상과 협력은 공기를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머리를 맞댈 때, 그래서 안과 밖, 나와 너의 경계를 허물 수 있을 때에 비로소 시작된다.

 

지난 2월 21일 ‘클린 에어 엑스포’가 열리고 있던 킨텍스의 3층 그랜드볼룸에서는 미세먼지 정책 설명회가 있었다. 환경부의 이정용 미세먼지 대응책 TF 과장이 연단에 올라 공공의 공기를 깨끗하게 관리하기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 그는 행사 프로그램에 발표자로 적혀있는 김법정 국장이 한-중 환경부 장관 회의 준비로 참석할 수 없게 되어 그 자리를 급하게 대신한다는 사정을 들려주었다. 환경부에서 준비한 정책 설명이 끝난 다음 여덟 명의 토론자가 무대에 올랐다. 대기환경학자, 화학생명공학자, 시민단체 대표, 보건환경연구원 원장, 환경재단 소속 변호사, 서울연구원 연구위원, 지속가능경영원 환경정책실장이 각자의 관점에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환경 전문가의 참여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 초미세먼지의 심각성을 알릴 수 있는 새로운 이름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있었다. 이 문제는 과학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외의 모든 과학적인 수단을 동원하자는 주장도 있었고, 더 체계적인 관리와 정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경험, 배경, 전문성이 다른 토론자들의 생각은 한 방향으로 모이지 못했다.

 

무대 위에서 열띤 토론이 진행 중이던 오후 5시 16분, 사람들의 핸드폰이 일제히 울렸다. 환경부가 다음날 시행될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알리는 긴급재난문자를 보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특별법이 통과된 후 정확히 일주일 만의 일이었다. 어떤 공기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은 모두 달랐지만, 거기 모인 토론자와 청중 모두 하나의 재난문자 통신망으로 연결되어 있는 호흡 공동체의 구성원이었다.

4일 뒤인 2월 25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제 1회 미세먼지 국민포럼: 미세먼지, 얼마나 심각하고 무엇이 문제인가>에서도‘미세먼지 이슈’와 ‘해결책’은 단일하지 않았다.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원인이 복합적이라는 말이 아니라, 발제자마다 짚는 문제가 판이하게 달랐다는 뜻이다. 대기과학자는 미세먼지의 정의와 실체를 물었고, 환경정책 담당자는 미세먼지를 관리하는 정책과 제도를 물었다. 이후 언론과 대중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미세먼지 시대를 살아가는 태도, 미세먼지와 건강의 연관관계에 대한 발표가 한자리에서 이루어졌다. 포럼에서 확인한 것은 인간의 몸, 인간의 사회, 그 사회를 조정하기 위한 정책 등 모든 문제가 미세먼지와 엮일 수 있다는 점이다.

 

 미세먼지 오염은 환경부에서 ‘미세먼지’라는 용어를 채택한 2014년에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정용 환경부 푸른하늘기획과 팀장은 미세먼지 문제를 중국과의 관계로 해석하는 대신 과거 한국 사회의 우연과 필연이 누적되어 생긴 결과로 보았다. 즉 재난 수준인 현재의 미세먼지는 경제발전과 개발을 우선시하는 정책, 미세먼지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기에는 부족한 과학, 오염원을 실질적으로 관리하지 않는 관행, 미흡한 환경 제도 등이 오랜 시간 층층이 쌓여 생긴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장영기 수원대학교 에너지공학부 교수도 “우리의 미세먼지 개선은 획기적인 대책이 없어서 잘 안 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 대책들이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는지 제대로 점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짚었다.[17] 패널로 선 이들은 눈길을 끄는 화려하고 쉬운 답을 선뜻 제시하지 않았다. 공기청정기와 마스크를 권하지도, 원인을 중국 탓으로 돌리지도 않았다. 대신 과거와 현재에 한국에서 펼쳐진 공기풍경을 다시 돌아보고 있었다.

 

 “따뜻한 가슴 대신에 정확한 과학적인 데이터를 분석하고, 냉철한 머리보다는 같이 협업해서 서로 지혜롭게 해결합시다.” 문길주 국무총리실 미세먼지특별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이 포럼 축사에서 한 말이다. 과학기술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고 장담하는 대신 이해관계자들의 협업을 요청하는 해결책은 느리고 답답하다. 각자도생의 공기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공동체의 공기를 연구하고 관리하는 기술에 더 많은 공적 자원을 투입하는 결정은 그래서 더 어렵다. 국민포럼 발제를 맡은 장임석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은 한국과 중국이 같은 대기를 공유하고 있고, 중국의 오염원 분석기술이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성장했다며 “이제는 우리가 응답할 때”라고 말했다. 과학기술과 인간과 지구의 관계를 고민하는 철학자 도나 해러웨이(Donna J. Haraway)의 말처럼 무엇에 응답하는 능력(response-ability)이 곧 책임감(responsibility)을 뜻한다면, 오염된 공기에 대한 응답은 우리가 스스로에게, 그리고 타인에게 얼마나 책임지려 하는지를 보여줄 것이다.

​사진: 김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