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광역시 초미세먼지 농도가100μg/m3를 웃돌던 2019년 3월 6일, 한 대학원생이 이제 막 택배로 도착한 3M사 방진마스크를 착용해보고 있다. 마스크를 쓴 모습은 방독면을 쓴 제1차 세계 대전 당시의 병사와 흡사해보인다. (사진: 김희원)

2010년대는 얼굴을 꼼꼼히 덮으면서도 불편하지 않은 마스크를 만드는 기술 개발이 특별히 활발했던 시기로 기록될 것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미세먼지 마스크 특허 출원은 연평균 134건으로, 그 이전 5년간(2009∼2013년) 연평균 출원 건수 60건보다 2배 이상 많았다. 마스크의 성능을 평가하고 인증하는 새로운 제도도 운용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08년부터 ‘황사 마스크’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마스크의 품질 검증을 위해 안면부 흡기저항 시험, 분진포집 효율 시험, 누설률 시험을 시행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마스크 시험에서는 얼굴과 얼굴 바로 앞의 공기가 집중적인 분석 대상이 된다. 가령 누설률 시험에서는 매끄럽게 면도를 한 피시험자가 마스크를 쓰고서 염화나트륨 에어로졸이 든 작은 방에 들어가 러닝머신 위를 걷는다. 피시험자가 지시에 따라 고개를 돌리거나 말을 하는 동안 마스크 안과 밖의 염화나트륨 농도를 측정하고 이를 공식에 대입해 누설률을 계산한다. 마스크의 필터 효율을 측정하는 것 못지않게 마스크가 얼굴을 빈틈없이 덮을 수 있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사람마다 다른 코와 귀의 모양, 광대의 튀어나온 정도에 맞게 마스크를 조정할 수 있도록 코 지지대와 끈 조절 기능을 추가해야 한다.[12]  내 코앞의 공기를 제대로 걸러내려는 수요를 과학적으로 충족시키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영상: 미국 National Archives 

2019년의 미세먼지 사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이어진 공기 공포의 역사를 되풀이하는 동시에 과거보다 더 극적인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위험한 공기를 피해 잠시라도 안전한 나만의 공간을 만들려는 지식과 기술은 이번에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오염된 공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마스크부터 찾는 것은 비슷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부직포로 만든 황사 마스크로 만족하지 못하고 더 강력한 방진마스크를 일상에서 착용하기 시작했다. 사상 처음으로 엿새 연속 미세먼지 저감조치가 시행되었던 2019년 3월 초에는 방진마스크의 인기도 절정에 달했다. 저감조치 시행 닷새 째였던 3월 5일 인터넷쇼핑 포털사이트 옥션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월 25일부터 3월 3일까지 일주일 동안 옥션을 통해 거래된 방독/방진마스크 물량은 전 주 대비 75%,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옥션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미세먼지 대비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이벤트를 열어 영국 GVS와 3M의 방진마스크를 열심히 홍보했다.[10]

 

좌우로 필터가 하나씩 달린 방진마스크를 착용하고 외출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방독면을 쓴 병사들이 대거 전쟁터로 나가던 1차 세계대전의 공기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독일의 철학자 페터 슬로터다이크(Peter Sloterdijk)는 20세기의 전쟁에서는 적군의 몸을 직접 공격하기보다 그 주변 환경을 겨냥하는 전술이 중요해졌다고 지적한다. 미세한 입자의 독성 먼지를 공기 중에 흘려보내 적군의 공기를 위협하는 근대식 ‘화학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11] 공기를 호흡하는 것 자체에서 죽음의 공포를 느낀 병사들, 살아남기 위해서는 방독면을 써야만 했던 병사들처럼, 미세먼지의 공습에 맞닥뜨린 사람들은 가장 좋은 필터가 달린 마스크를 찾아서 자기 얼굴 앞 공기를 외부로부터 분리하려 한다.   

새로운 특허, 품질 인증, 편안한 디자인으로 무장한 2010년대의 마스크는 미세먼지를 두려워하는 소비자들을 유인하고 있다. 2019년 4월 경기도 판교 현대백화점에서 열린 미세먼지 제품 특별전 ‘그린에어마켓’에도 촘촘한 4중 구조로 “철통방어”를 약속한 ‘더스트케어’부터 연예인들이 즐겨 사용할 정도로 화려한 ‘르마스카’까지 온갖 마스크들이 등장했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띈 것은 전원 없이도 산소를 발생시킨다는 믿기 힘든 주장을 내세운 ‘오투엠’사의 마스크였다. 마스크에 부착된 캡슐이 15m 높이의 소나무가 내는 것과 맞먹을 정도의 산소를 뿜어내면서 이산화탄소도 제거한다는 이 제품은 일반 마스크를 쓰면 숨쉬기가 힘든 노인, 아이, 건설현장 근로자에게 적합한 물건이라고 했다. 마스크를 쓰기에는 너무 어린 아이를 데리고 백화점을 방문한 고객들은 유모차에 부착하는 휴대용 공기청정기인 ‘에어토리’ 매대 앞에 멈춰섰다. 휴대용 선풍기에 미세먼지 필터를 접목한 이 제품은 미세먼지 걱정 많은 부모들도 안심하고 어린아이와 함께 외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약속했다. 에어토리를 설치한 유모차에 방한용 커버를 씌워서 안과 밖을 분리해주면, 공기가 나쁜 날 밖으로 나가더라도 아이만큼은 안전한 공기 주머니 속에서 숨을 쉴 수 있을 터였다.

 

이날 그린에어마켓에 전시된 11종의 미세먼지 상품 중 가장 놀라운 것은 지리산의 공기를 알루미늄 캔에 담은 제품인 ‘지리에어’였다. “별빛을 담은 지리산의 장엄한 숨결”을 캔 속에 담았다는 이 제품은 미세먼지에 시달리는 도시인에게 “잠시나마 산에 온 듯 기분전환”을 제공해 준다고 했다. ‘지리에어’를 직접 사용해본 『한겨레』 기자는 한 캔에  9,900원이라는 가격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2,000~3,000원 정도로 내린다면 장거리 운전 등으로 피곤할 때 사용할 법한 물건이라고 평했다.[13]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자신과 아이의 몸을 지리산 공기 캔 같은 황당한 제품으로나마 지켜내야 한다는 절박함을 영리하게 이용한 공기 마케팅이었다. 

​사진: 지리에어

마스크와 더불어 공기 기술, 공기 마케팅을 이끌고 있는 것은 공기청정기다. 2019년 초부터 4월까지 공기청정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11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었다. 주변을 조금만 둘러보면 크게 놀랄 만한 수치는 아니다. 이에 못지않게 흥미로운 변화는 다른 여러 가전 기기가 공기청정기를 중심으로 하는 미세먼지 대응 제품군으로 편입되고 있는 것이다. 가전제품 전문 매장인 롯데하이마트가 2019년 3월과 4월에 걸쳐 전국 460여 개 매장에서 실시한 ‘미세먼지 철벽방어’ 판촉 행사는 이런 경향을 잘 보여준다. 행사 기간 동안 일선 하이마트에 배포된 LG전자 전단지는 LG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들의 하루 일과가 얼마나 미세먼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지 강조했다. 아침에는 LG디오스 전자레인지로 “유해가스 배출 없이 빠르고 건강한 식사”를 하고, 점심에는 LG 코드제로 청소기의 “5단계 미세먼지 차단 시스템으로 건강하게 청소”를 하고, 저녁에는 LG트롬 건조기의 “2중 안심필터로 먼지까지 해결”한 다음, 옷에 남아 있는 먼지는 LG 스타일러로 깨끗하게 없애면 된다는 식이다.

 

가전제품 제조사들은 시민들의 공기 공포를 공기 기술 개발과 판매를 위한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민첩하게 움직이고 있다. 공기청정기가 텔레비전과 냉장고에 버금가는 생활 필수품이 되면서 가전 기업들은 앞다투어 공기를 청결하게 유지하는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사내에 공기 연구를 전담하는 연구소를 차리는 것은 가전업계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었다. LG의 ‘공기과학연구소’를 시작으로 삼성의 ‘미세먼지연구소’, 코웨이의 ‘공기연구소’ 등이 대표적 사례다.

 

그중에서도 코웨이 공기연구소는 각 가정의 사물인터넷 기기에서 생성된 공기질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실제 거주하는 환경의 공기질을 상세하게 파악했다고 주장해 눈길을 끈다. 코웨이 연구팀은 무려 110억 개의 실내 대기오염 정보를 상세히 분석하여 같은 실내 공간이라도 시간대, 공간 구조, 활동의 종류에 따라 공기 오염의 종류가 다르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한다. 활동량이 많은 거실에는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은 반면 체류 시간이 긴 안방에서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더 높게 나타난다는 식이다. 연구 결과를 정리한 ‘에어랩 리포트’는 “나와 우리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는 우리 집의 공간, 우리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에 딱 맞는 공기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기억하라고 독자에게 당부한다. 물론 코웨이 시스템은 아이가 거실에서 뛰어놀 때 가까운 곳을 빠르게 정화하는 ‘멀티순환’ 모드와 엄마가 주방에서 요리할 때 먼 곳을 강력하게 정화하는 ‘집중순환’ 모드를 함께 지원한다.

 

LG가 설립한 공기과학연구소는 쉽게 구할 수 없는 정밀한 실험 장비로 실내 환경을 연구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집진’ ‘탈취’ ‘제균’ ‘임상’ 등 네 개 분과로 나누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이 연구소에는 실내 공간에서 발생하는 먼지, 유해가스, 미생물 등을 세밀하게 측정하는 실험 장비들이 들어섰다. 연구원들은 이런 실험장비를 가지고 집안이라는 공간을 더욱 잘게 나눈다. 거실과 주방의 공기가 어떻게 다른지 연구하고, 침실과 옷방에 어떤 오염이 특수하게 발생하는지 규명한다. LG의 트롬 스타일러는 심지어 옷방 안 공기를 더욱 세분화해서 옷장 안 공기와 옷장 밖 공기로 나눈다. 그 결과 LG 공기청정 기술의 소비자들은 더 작은 단위의 공기를 더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사진: 하이마트

한시적인 공기 주머니를 만들어서 미세먼지를 피해보겠다는 접근은 마음 급한 소비자들뿐만 아니라 성난 시민을 만족시켜야 하는 정책 입안자들에게도 매력적인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학교 내 미세먼지 대책을 마련하라는 학부모들의 거센 압박에 직면한 교육부는 2018년 4월 ‘학교 고농도 미세먼지 대책’을 세우고 2020년까지 전국 모든 유치원과 초등학교, 특수학교에 공기청정기와 미세먼지 측정기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향후 3년에 걸쳐 10만 946개 교실에 공기정화장치를 보급하는 데에는 무려 2,2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었다. 교실이라는 신시장을 기회로 인식한 공기청정기 업계의 후발주자 LG전자는 발빠르게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다. 전국의 초·중·고교에 150억 원에 상당하는 LG전자의 대용량 공기청정기 1만 대를 무상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LG는 자사의 공기청정기가 교실과 같은 큰 공간도 충분히 정화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할 뿐만 아니라 AI스피커를 통해 원격 제어도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러 언론이 “통 큰” 선행으로 보도한 LG전자의 기부는 이 회사가 국내 여러 공기청정기 조달 사업에서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공장을 가동하며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주체라는 사실을 가려버렸다.

 

실내 공기질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교실을 공기 주머니로 만들려는 교육부의 계획이 과연 실효성 있는 것인지 의문을 품었다. 조영민 경희대학교 교수 연구진은 2018년 2월 20일에 열린 ‘깨끗한 학교 실내 공기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경기도 교육청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초등학교 교실 내 공기정화장치의 효과에 대한 현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14] 연구진은 2017년 11월부터 12월까지 공기청정기가 가동된 35개 초등학교 61개 교실의 공기질을 분석한 결과 정화장치의 효과가 기대에 훨씬 못 미쳤다고 설명했다. 공기청정기가 줄일 수 있는 실내 미세먼지는 최대 30% 정도에 불과했지만, 미세먼지를 막겠다며 장시간 창문을 열지 않을 경우, 교실 내 이산화탄소 수치가 위험할 정도로 급증하는 심각한 역효과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광주지부는 이러한 실험 결과를 두고도 “공기정화기 설치 숫자 늘리기에만 급급”한 교육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공기청정기를 설치하는 것은 “학부모의 미세먼지에 대한 불안감을 이용해 대기업 배만 불리는 졸속행정”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15]

 

일선 현장에서는 교육 현실과 맞지 않는 공기청정기 보급계획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왔다. 갑자기 관리해야 할 기기 숫자가 늘어난 학교에서는 공기청정기의 필터를 갈고, 비품을 구매하고, 망가진 부분을 고치고, 켜고 끄는 시점을 관리하는 일이 보건교사의 소관인지 행정실의 소관인지를 두고 다툼이 일어나기도 했다. “업무추진과정에 필요한 인력수요도 고려하지 않은 채 사업을 추진하여 학교현장의 업무갈등은 증폭되었다”고 주장한 전교조는 “교사들이 학생들의 수업에 신경 쓰지 못하고 시설구매 등 추가업무에 눌려 병가를 신청하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보고했다. 학교라는 장소의 공기 특성을 파악하지 못한 것도 예상치 못한 정책적 문제를 불러일으켰다. 아파트와는 달리 학생들이 끊임없이 드나들며 먼지가 수시로 발생하는 교실에서는 외부 공기가 자주 유입되어 공기청정기의 정화 효과가 떨어질뿐만 아니라 필터를 훨씬 자주 갈아주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전교조는 “냉난방기 비용을 충당하기도 벅찬 학교 입장에서는 공기청정기 필터는 새로운 부담”이 되었다고 하소연했다. 전교조는 학교 공기질이 문제라면 정화장치 숫자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노후학교 리모델링이나 학교 녹지율 향상 같은 복합적인 대안을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미세먼지를 교실 안의 문제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학교가 위치한 지역사회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공동체의 문제로 인식하자는 말이었다.

미세먼지를 얼굴과 거실과 교실 단위의 작은 공기에서 몰아내려는 기술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고 세련되게 발전하고 있다. 사람들은 각자의 손이 미치고 경제력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마스크와 공기청정기를 동원하여 미세먼지 사태를 살아넘기려 한다. 또 미세먼지 공포 속에 생활하는 국민에게 공기정화 시설을 갖춘 작고 쾌적한 공기 주머니를 제공하는 일은 정부가 당장 할 수 있는 우선적이고 어쩌면 유일한 대책으로 상상된다. 마스크와 공기청정기는 단지 생활제품, 가전제품이 아니라 정부의 중요한 미세먼지 정책 도구가 되었다.

 

그러나 미세먼지 사태에서 과학기술의 역할은 거기서 멈출 수밖에 없는가? 마스크와 공기청정기와 건조기와 스타일러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곳의 미세먼지, LG와 삼성과 코웨이의 공기연구소가 연구하지 않는 더 큰 공기는 누구의 손에 맡겨지고 있는가?